재경부, “전문성 부족해 각 부처 건의 받아…다만 복지부 건의 없었다”
국민의힘 안상훈 의원, ‘가업상속공제 제도 개편의 문제점’ 국회 토론회 개최
정부가 추진 중인 가업상속공제 제도 개편을 두고 병원계가 제도 개선을 통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이라며 업종에 의한 일률적 배제보다 검증 가능한 요건과 책임 있는 사후관리로 제도를 설계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러한 의견에 재경부는 모든 분야에 전문성을 갖고 있지 않은 만큼 각 부처의 건을 받아 정책을 추진했다면서도 병원과 관련해 보건복지부의 건의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국민의힘 안상훈 의원(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은 11월 2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가업상속공제 제도 개편의 문제점과 올바른 재설계 방안’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정부는 지난 8월 4일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다. 개정안은 가업상속공제 대상 업종을 한국표준산업분류 세세분류 기준으로 법률에 명시하고, 가업의 정의와 가업상속공제심사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개정안에서 병원이 가업상속공제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이 때문에 실제 정부 추진 방안으로 병원이 가업상속공제 대상에서 제외 시 지역 필수의료 기능의 축소 또는 중단으로 이어져 지역 주민의 의료접근성과 국민의 건강 및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과 국민의힘 안상훈 의원, 김태호 의원 등이 3건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고 이에 대한 논의가 조만간 이뤄질 예정이다.
이에 이날 토론회는 개정안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 이전에 문제점과 올바른 재설계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 제도 개편으로 ‘얻는 것’보다 ‘잃을 것’ 더 많아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병원계는 제도 개편이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이라고 정부의 제도개편안을 반박했다.
먼저 홍준석 대림성모병원장은 “제도 개편으로 얻는 것은 개인 개설 의료기관 상속시 일부 세수와 형식적인 업종 기준 통일뿐”이라며 “지역의 응급·분만·소아·중증·외상 진료 기능, 지역필수의료법에 따른 진료협력체계 기반, 의료기관 1곳당 수십~수백 명 규모의 지역 일자리, 필수의료 정책과 세제 간 정합성을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상속세가 필수의료 기능의 승계를 단절시킬 것이라고 우려한 홍 병원장이다.
그는 “필수의료를 수행하는 의료기관일수록 응급실·분만실·수술실·중환자실 등 상시 가동 시설과 고가 장비를 갖추고 있어 상속재산 평가액은 크지만 현금 창출력은 낮다”면서 “공제 없이 최고 50%의 상속세를 납부하려면 시설과 장비를 처분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필수의료 기능의 중단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필수의료를 많이 할수록 상속세 부담이 커지는, 정책 목표와 거꾸로 가는 구조가 될 것이라는 것.
또 지방에서는 필수의료 기관을 대체할 곳이 없다는 것도 이번 제도 개편안의 문제다.
지방에서는 필수의료 기관을 인수할 수요가 극히 희박해, 승계가 막히면 남는 선택은 폐업뿐이라는 것.
홍 병원장은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분만 병원 한 곳, 소아 병원 한 곳, 응급실을 운영하는 종합병원 한 곳이 그 지역의 분만·소아·응급 진료를 담당하는 사실상 유일한 기관인 경우가 많다”면서 “이 가운데 한 곳만 문을 닫아도 해당 진료권에서 그 분야의 진료가 사라지며, 특히 종합병원이 문을 닫으면 응급실과 여러 필수 진료과가 동시에 소멸한다”고 말했다.
결국 주민은 인접 지역으로 원정 진료를 감수해야 하고, 이는 ‘지역필수의료법’이 해소하고자 하는 지역 간 의료격차를 오히려 확대시킬 것이라고 피력했다.
반면 공제의 사후관리 요건이 필수의료의 지속을 보장한다고 설명했다.
가업상속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10년간 고용 90% 이상을 유지하고 상속인이 의사로서 직접 의료기관을 운영하여야 한다. 즉, 공제 적용 자체가 필수의료 인력과 진료 기능을 10년간 유지하도록 법적으로 담보하는 효과를 갖기 때문에 필수의료 정책의 목표와 공제의 사후관리 요건이 정확히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필수의료 기관은 개정안이 막으려는 편법과 무관하다고 강조한 홍 병원장이다.
홍 병원장은 “개정안이 명시한 공제 제외 사유는 ‘프랜차이즈 등 타인의 기술로 사업하는 경우’와 ‘부동산·이자·배당 소득이 주된 소득인 경우’ 두 가지로 필수의료 기관은 어느 쪽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며 “‘의료법’ 상 의료인만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으므로 자산만 물려받는 편법 상속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필수의료 정책과 세제가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필수의료 기관은 국민건강보험 요양기관으로 당연지정돼 진료비를 정부가 수가로 통제하고, ‘의료법’ 상 진료거부가 금지돼 영리법인 개설과 자유로운 양도·외부투자가 제한된다. 국가가 필수의료를 위해 공적 규제와 의무를 부과하고 재정을 투입하면서, 세제로는 그 승계를 차단하는 것은 정책 간 명백한 모순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필수의료 기관은 지역 일자리의 중심이라는 점을 강조한 홍 병원장은 “필수의료 기관은 의사·간호사·간호조무사·의료기사·약사와 행정·조리·시설관리 등 지원 인력까지 수십~수백 명 규모의 인력을 고용하는 노동집약적 조직”이라며 “병원은 총비용 중 인건비 비중이 50%에 육박할 정도로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지역 최대 고용주인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의료 일자리는 자동화나 해외 이전으로 대체되지 않는 지역 밀착형 일자리로, 필수의료 기관 한 곳의 폐업은 지역 일자리의 소멸과 상권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병원장은 “필수의료 기관은 공제의 악용 대상이 아니라, 공제가 본래 지키려던 대상”이라며 “필수의료는 국가가 법률과 재정으로 지키기로 한 영역이고, 가업상속공제는 그 필수의료의 승계 단절을 막는 장치로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의료기관을 공제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얻는 것은 제한적이나, 잃는 것은 지역 필수의료의 기반 그 자체”라고 단언했다.
- 무조건 공제 아닌 엄격한 심사와 심사받을 기회를 달라
양문술 부평세림병원장은 의료기관을 무조건 공제해달라는 게 아니라며 업종에 의한 일률적 배제보다 검증 가능한 요건과 책임 있는 사후관리로 제도 설계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양 병원장은 “정부의 세제개편 안이 가업상속공제를 전문기술과 경영상 노하우를 지닌 사업의 승계에 집중하도록 개편하고, 경영기간·사후관리 요건도 강화하고 있는 만큼 편법적인 자산 이전을 막겠다는 방향에는 의료계도 이견이 없다”고 동의했다.
다만 대상 업종 727개를 열거하면서 병원 등 보건업을 제외하는 방식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면서 의료기관이 제외되면 개별 병원의 지속 가능성, 인력·진료 기능 유지 여부를 평가하기도 전에 신청 자격 자체가 사라져, 심사에서 탈락하는 것이 아니라 심사의 문턱에도 서지 못하는 것이 문제는 것이다.
양 병원장은 “개인 개설 병원은 건물과 의료장비를 보유한 사업체이면서 동시에 의료인·간호사·의료기사 등 다양한 전문직이 협업하는 진료조직으로 수술실, 중환자실, 감염관리와 환자안전 체계, 지역 의뢰·회송 관계는 오랜 기간 노하우로 축적되지만 폐업으로 해체되면 단기간에 복원하기 어렵다”며 “매매는 가능하겠지만 그 동안의 서비스가 그대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2026년 6월 말 병원급 의료기관 3,361개 중 개인 개설기관이 1,928개, 약 57.4%로 가업상속공제가 보호하려는 것은 상속인 개인의 부가 아니라, 사업자산의 급격한 처분을 막아 사업과 고용이 지속되도록 하는 공익”이라며 “지역 병원에는 여기에 환자의 의료접근성과 지역 필수의료의 보존이라는 공익이 더해진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부 측이 의사도 면허 전문직인 만큼 변호사·회계사 등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를 설명했지만 전문직 자격 자체와 사업조직 승계의 문제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단독 전문직 사무소의 인적 서비스와 다수 면허인력, 병상, 수술·응급 기능 및 고액의 설비를 갖춘 의료기관은 자본·고용 구조가 아예 다르기 때문이다.
양 병원장은 “특정 전문직을 우대하자는 요구가 아니라, 동일하게 사업 지속성, 고용유지, 실제 사업용 자산, 편법 승계 방지라는 요건을 적용하자는 것”이라며 “의료법 제33조가 개설자격을 제한하므로 재산을 상속했다고 곧바로 의료기관 개설·운영 자격까지 승계되는 것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독일과 일본의 실제 사례를 들어 정부의 정책 추진 방향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양 병원장은 “독일은 사업재산의 성격, 사업 유지와 급여총액 요건 등을 중심으로 감면을 설계하지 특정 업종을 법으로 아예 열거해 두고 배제하는 ‘네거티브 열거(negative list)’ 방식을 취하지 않는다”며 “‘자산의 성격’과 ‘실제 영업활동 여부’를 기준으로 감면 혜택 여부를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는 어떤 업종이든 실질적인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면 기본적으로 감면 대상에는 포함될 수 있고, 어떤 업종인가보다는 ‘실제로 고용을 유지하며 사업을 지속하고 있는가’와 ‘투기성 자산이 아니라 진정한 사업용 자산인가’ 따지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어서 일본 개인판 사업승계세제(個人版事業承継税制)는 개인사업자의 특정 사업용 자산에 대한 상속·증여세 납세유예를 인정하고 있다면서 일본은 2019년 개인판 사업승계세제를 도입해 중소기업에 있어서는 부동산 대출업이나 단순한 자산관리·운용 성격의 사업이 아니면 일정한 사업용 토지·건물·감가상각자산에 대한 상속세·증여세 납부를 요건 충족 시 100% 유예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양 병원장은 “제도구조와 세부요건이 서로 달라 한국 병원 전체에 곧바로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다만 비교의 핵심은 의사라는 전문직 업종이라는 명칭만으로 전면 차단할 것인가, 사업의 실질과 요건으로 판정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의료기관을 원칙적으로 대상업종에 포함하고 실제 공제는 다른 업종과 동일한 사업 지속성·고용유지·사업용 자산·사후관리 요건으로 판정해 달라고 제안한 양 병원장이다.
또 업종 열거체계를 유지해야만 한다면 비열거 업종이 전문기술, 조직적 노하우와 사업 지속 가능성을 입증해 심사위원회의 개별심사를 받을 수 있는 보충적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의료기관의 특수성을 반영한 후계자 자격과 실제 운영요건을 마련하고, 기존의 의료기관 개설자료, 요양기관 인력 신고자료, 요양급여 청구실적 등을 활용해 사후관리 해줄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가업상속공제와 연동되는 납부유예 등 다른 승계제도에서 같은 업종 배제가 반복되는지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의료기관을 무조건 공제해 달라는 요구가 아니라, 엄격하게 심사하되 심사받을 기회를 달라는 것”이라며 “지역의 의료기관이 오랜 기간 축적해 온 인력과 진료기능이 세대교체 과정에서 단절되지 않도록, 업종에 의한 일률적 배제보다 검증 가능한 요건과 책임 있는 사후관리로 제도를 설계해 달라”고 촉구했다.
- 재경부, 가업상속공제 포함 업종 각 부처 건의 받아
병원계를 중심으로 한 이러한 문제 제기에 정부는 가업상속공제 제도에 포함될 업종을 각 부처의 건의를 중심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병원과 관련해서는 보건복지부가 건의하지 않다고 책임을 전가한 재경부다.
김만수 재정경제부 재산세제과장은 “재경부가 각 업종에 대해서 전문성이 부족해 어떤 업종을 넣고 뺄지를 자체적으로 판달할 수 없어 산업부와 중기를 중심으로 TF를 만들어 3개월 동안 운영했다”면서 “이후 국토부, 교통부, 복지부 등 전 부처에서 건의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렇다고 건의대로 다 포함한 것은 아니고, 재경부에서 필터링을 했지만 기본적으로 부처의 건의를 중심으로 선정했다”고 전했다.
또 재경부는 업종별 형평성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 법률 결정사항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과장은 “형평에 맞지 않은 것도 사실이나, 재경부가 전문성이 없기 때문에 부처에서 의견을 내지 않은 상황에서 재경부 마음대로 할 수는 없어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법률 결정 사안이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결정은 국회에서 하겠지만 병원의 경우 국민의힘 안상훈·김태호 의원,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한 만큼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병원과 관련해 김 과장은 “일부에서는 타 자격과의 형평성을 이야기하지만 병원의 경우 타자격과는 다른 특수성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병원의 경우 투자세액공제를 하는 것은 맞지만 가업상속공제에 포함할지는 타자격과의 형평성에 맞춰야 하는 문제도 있고 필수의료 역시 8대 필수의료, 4대 필수의료로 구분이 되고 의료취약지의 경우 법상 개념이 아니라 상당히 유동성이 있어 고민했지만 반영이 안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종적인 법률 개정은 국회에서 하는 것으로 조세소위에서 논의가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 재경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