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성능을 누구나 접근 가능한 가격으로”…다관절 원천기술로 수술로봇 글로벌시장 도전
“의료에서는 선택에 ‘그러나’가 없도록 해야 합니다. 성능은 좋지만 가격이 비싸거나, 가격은 저렴하지만 성능이 부족한 상황을 바꾸고 싶습니다. 최고 성능을 누구나 접근 가능한 가격으로 제공하는 것이 저희가 추구하는 방향입니다.”
이정주 리브스메드 대표는 지난 10월 19일부터 22일까지 코엑스 마곡에서 개최된 ‘49th IHF World Hospital Congress Seoul’의 리브스메드 전시부스에서 기자와 만나 회사의 기술 개발 철학을 설명했다. 다관절 복강경 수술기구 ‘아티센셜(ArtiSential)’을 기반으로 성장한 리브스메드는 혈관 봉합·절단 기구와 영상 시스템에 이어 수술로봇 ‘STARK’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 대표는 “우리가 여러 분야로 확장할 수 있었던 것은 원천기술을 가지고 각 분야에서 혁신을 만들어 왔기 때문”이라며 “하나의 제품에 머무르지 않고 기술을 다른 제품과 시스템에도 적용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브스메드의 기술 개발은 복강경 수술에서 기구의 움직임을 개선하는 데서 출발했다. 이 대표는 수술로봇 개발에서도 로봇 팔 자체뿐 아니라 체내에서 실제 수술을 수행하는 기구의 자유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술로봇이라고 하면 로봇 팔을 먼저 생각하기 쉽지만, 중요한 것은 배 속에 들어가는 기구가 얼마나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체내 기구의 움직임이 제한된다면 수술 동작의 자유도를 높이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리브스메드는 기구 끝단의 관절을 상하좌우로 움직일 수 있는 다관절 기술을 개발해 왔다. 대표 제품인 아티센셜은 관절을 최대 90도까지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됐다. 회사는 이 기술을 혈관 봉합·절단 기구 아티씰(ArtiSeal)과 수술용 스테이플러 아티스테이플러(ArtiStapler) 등으로 확장했다.
이 대표는 “아티센셜을 통해 기구의 자유도를 높이는 기술을 실제 제품으로 구현했고, 그 과정에서 기술과 임상 경험을 쌓아 왔다”며 “이제는 그 기술을 다른 수술기구와 로봇 시스템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품군 확대는 기존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수술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과정이다. 이 대표는 “기구와 영상, 로봇을 각각 따로 보는 것이 아니라 수술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연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각 분야에서 기존의 한계를 넘어서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리브스메드가 수술로봇 시장에서 내세우는 경쟁력은 다관절 기술과 가격이다. 회사는 STARK의 가격을 기존 수술로봇 대비 확연히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수술로봇은 장비를 구매하는 비용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유지보수 비용이 있고 실제 수술에 사용하는 기구와 소모품 비용도 발생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비용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성능을 갖춘 장비를 더 많은 병원이 도입할 수 있어야 한다”며 “가격 때문에 필요한 기술을 선택하지 못하는 상황을 줄이는 것이 저희가 추구하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가격은 회사가 제시한 목표로, 실제 공급 가격과 유지보수·소모품 비용은 상용화 과정에서 구체화될 전망이다.
가격 경쟁력만큼 중요한 것은 의료진의 사용성이다. 이미 수술로봇을 사용하는 병원과 의료진은 기존 장비의 조작 방식과 수술 절차에 익숙해져 있다. 새로운 장비가 기존과 크게 다르면 교육과 적응에 추가적인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이 대표는 이를 자동차에 비유했다. “자동차 신형 모델이 나왔다고 가속페달이 가운데로 가고 브레이크 위치가 바뀌면 운전하기 어렵지 않겠습니까.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더라도 사용자가 익숙하게 조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는 “로봇의 팔 구조와 카트 구조는 다르게 설계하더라도 의료진이 사용하는 경험은 기존 로봇과 최대한 비슷하게 가져가려고 했다”며 “새로운 것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사용성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리브스메드는 STARK의 국내 품목허가를 2026년 8월 신청했으며 연내 허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 수술로봇과 차별화한 하드웨어 구조와 가격 경쟁력, 의료진의 사용 경험을 고려한 설계를 바탕으로 시장 진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가 바라보는 리브스메드의 장기적인 방향은 수술로봇을 넘어 디지털 수술 분야로 이어진다. 원격수술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수술 지원·자동화 기술 등이 향후 발전 방향으로 제시된다.
그는 “수술로봇 자체가 최종 목표라기보다 디지털 수술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는 원격수술이나 AI를 활용한 수술 등 다양한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리브스메드는 2025년 7월 미국에서 약 3,000㎞ 떨어진 두 지역을 연결해 원격 동물수술을 진행했다. 회사 자료에 따르면 당시 담낭절제술과 위공장문합술, 부분 간절제술 등을 수행했다.
이 대표는 “이런 기술이 실제 의료 현장에서 활용되려면 기구와 로봇의 성능뿐 아니라 안정성과 신뢰성도 확보해야 한다”며 “기본이 되는 하드웨어 기술을 꾸준히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2026년 2분기 경기도 용인 기흥에 약 2만평 규모의 생산시설을 확보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수술기구와 로봇 관련 생산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미국을 주요 시장으로 꼽으며 글로벌 사업 확대 의지를 밝혔다.
“우리가 생각하는 혁신은 기술을 개발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좋은 성능을 갖춘 기술을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성능이 좋지만 가격이 비싸서 선택할 수 없는 상황, 가격은 괜찮지만 성능이 아쉬운 상황을 바꾸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