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국감] 단순 특사경 도입 주장 통하지 않은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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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국감] 단순 특사경 도입 주장 통하지 않은 국회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4.10.17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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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사경 도입 주장에 여·야 의원들 공감하나 준비 부족 지적
의료대란으로 가속화된 건강보험 재정 악화 우려도 이어져

국정감사 때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사무장병원 및 면허대여 약국 특별사법경찰권(특사경)’이 더이상 국회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여·야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 대부분이 도입의 필요성에는 공감을 표했지만, 건보공단도 특사경 도입만 기다리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건보공단 차원에서 특사경 외에 다른 방안을 함께 강구하거나 특사경 도입의 당위성을 좀 더 세심하게 다듬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복지위 위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국회 복지위는 10월 16일 건보공단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이날 건보공단은 특사경 도입, 건강보험 재정 악화 등의 문제를 집중 질의 받았다.
 

특사경만 기다리는 건보공단, 특사경만 기다리지 말라는 국회

우선, 김남희 위원(더불어민주당)은 불법의료기관으로 인해 누수되는 건보 재정 문제의 심각성을 우려했다.

김남희 위원의 설명에 따르면 사무장병원은 적발까지 평균 6년 5개월, 면대 약국은 평균 7년 9개월이 소요되고 있는데 이 가운데 35년 넘게 사무장병원을, 11년 이상 면대 약국은 운영한 곳도 있다.

최근 5년간 불법행위로 인한 건보 재정 누수는 약 1조4,403억 원으로 집계됐는데, 정작 건보공단이 환수한 금액은 1,089억 원가량으로 환수율은 7.56%에 불과했다.

게다가 지난 6년 동안 사무장병원 진료 건수는 약 71만 건, 면대 약국 이용자는 약 110만 명이 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묘책이 있냐고 건보공단에 질의한 김남희 위원이다.

이에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최선을 다해 사무장병원과 면대 약국을 관리하고 있으나 한계가 있다”며 “특사경 관련 법 도입을 강력하게 호소해 왔는데 국회에서 통과가 안 돼 매우 아쉽다”라고 답했다.

해당 답변에 김남희 위원은 “법 개정만 기다리고 의존할 게 아니라 보건복지부와 협의해서 담당 직원을 충원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과 합동으로 적극적인 단속에 나서야 한다”고 직언했다.

즉, 특사경도 특사경이지만 건보공단의 노력도 많이 부족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백혜련 위원(더불어민주당)의 경우 불법 개설 의료기관의 부정수급 환수를 강화하기 위한 별도의 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환수율이 저조한 이유는 즉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수사 탓도 있지만, 제일 큰 이유는 불법행위로 얻은 이득에 비해 처벌이 너무 미약하기 때문이라는 것.

실제로 불법 의료기관을 개설했던 사람이 또 다시 개설을 하는 사례는 약 2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 위원은 “특사경도 중요하나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 특정 상해 범죄에 불법 의료기관 개설을 추가해야 한다”며 “곧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니 건보공단도 환수를 위해 더욱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왼쪽 위에서 시계방향) 김미애 위원, 정기석 이사장, 김남희 위원, 서미화 위원, 서명옥 위원, 백혜련 위원.
(왼쪽 위에서 시계방향) 김미애 위원, 정기석 이사장, 김남희 위원, 서미화 위원, 서명옥 위원, 백혜련 위원.

사무장병원 및 면대 약국의 결손 처분 현황을 살펴본 결과 건보공단이 과도하게 손실 처분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미화 위원(더불어민주당)은 “최근 5년간 불법 의료기관의 결손 처분을 보면 건보공단이 환수했어야 하는 금액 550억 원 중 약 466억 원은 연대납부 의무자 등을 통해 징수권을 살릴 수 있음에도 포기했다”며 “백번 양보해서 행정상 결손 처분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었다고 쳐도 징수권을 살릴 수 있는 466억 원을 포기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서 위원은 이어 “국민 혈세로 불법적인 이득을 취한 자들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인력이 부족하고 특사경도 없다고만 할 게 아니라 사무장병원 결손 처분액에 대한 징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부언했다.

아울러 최근 건보공단이 사무장병원의 다양한 특징을 분석한 틀이 있는데, 이 시스템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고민하라고 조언한 서 위원이다.

김미애 위원(국민의힘)은 특사경 도입을 반대하는 의료계의 오해를 푸는 것이 우선이라며 적극적인 소통 노력을 건보공단에 요청했다.

김 위원은 “건보공단은 특사경 도입을 원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불법 단속보다 압박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이처럼 의료계가 압박으로 해석할만한 가능성을 제거하고 오해를 불식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논의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정기석 이사장은 “특사경이 하는 일은 의료계가 우려하는 부당이득 환수와는 완전히 특성이 다른 문제인 데다가 담당 부서도 다르다”며 “전적으로 의료계의 오해인데, 아무리 해당 사실을 설명해도 이해를 잘 못 하겠다고 하니 오해가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명옥 위원(국민의힘)은 특사경 도입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애당초 현재도 건보공단의 소송 승소율이 낮은데, 특사경이 수사 기간은 줄일 수 있을지언정 법정에서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차라리 ‘리니언시제도(사법협조자 자진신고 형벌감면제도)’가 더 효과가 클 것이라는 게 서명옥 위원의 주장이다.

서 위원은 “특사경이 수사 기간은 줄일 수 있겠지만 법정에 갔을 때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없기에 개인적으로 그렇게 긍정적인 방법으로 보진 않는다”며 “과거 종업원이 약을 판매하는 약국 적발에 상당한 효과를 보인 리니언시제도를 강화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정 이사장은 “리니언시제도를 시행하고 있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실행이 잘 안 되는 부분이 있다”며 “효과를 좀 더 높이기 위해 노력해 보겠다”라고 답했다.
 

의료대란으로 가속화…건강보험 재정 악화 관련 질의 집중

이날 국감에서 정기석 이사장은 의대정원 증원 정책으로 인한 의료대란 뒷수습과 의료개혁 추진에 건강보험 재정이 과하게 투입되는 것 아니냐는 물음을 다수 받았다.

정부가 국민의 소중한 건보 재정을 곶감 빼먹듯 하는 바람에 건전성 악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책임자인 건보공단이 이를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

서영석 위원(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의료대란 수습을 위해 사용한 건보 재정이 벌써 2조 원에 이르고, 추가로 의료개혁 추진에 20조 원을 쓰겠다고 한다”며 “결국 건강보험 보장성도, 건보 재정 건전성도 갈수록 악화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정기석 이사장은 “지금까지는 재정에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취약계층 보호 및 보장성 강화 등의 부분은 쉼 없이 가고 있다”고 밝혔다.

정 이사장의 발언에 야당 위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남인순 위원(더불어민주당)은 “2조 원이라는 건보 재정은 정부가 정책 잘못된 정책을 추진하지 않았다면 투입될 필요가 없었던 돈”이라며 “이런 상황이 괜찮다니, 가입자를 위해 존재하는 건보공단이 정권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특히, 정부가 의료개혁에 투입할 20조 원의 건보 재정은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해서 투입돼야 할 돈이라며 정말로 건보 재정으로 보장성 강화까지 추진하면서 감당할 여력이 되는지 재차 물은 남 위원이다.

박희승 위원(더불어민주당)도 “의료대란으로 환자들이 아파도 병원을 가지 못하니까 절약된 건보 재정인데, 문제를 일으킨 정부가 그 돈을 가져다 쓰려고 하는 데 건보공단 이사장으로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의료대란이 언제 끝날 것 같냐’는 백혜련 위원(더불어민주당)의 질문에 정 이사장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답해 쓴소리까지 들었다.

백 위원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면 더 문제”라며 “정부가 건보 재정을 곶감 빼먹듯 사용하고 있는 만큼 건보공단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할 말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여당은 어떤 정책도 악의를 갖고 출발하지 않는다며 정부의 정책 방향을 지지했다.

김미애 위원(국민의힘)은 “모든 정책은 악의를 갖고 시작하지 않는데 그 과정에서 부작용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를 개선해 나가야지 덮어두고 비판만 해서는 안 된다”라고 언급했다.

김 위원은 이어 “윤석열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도 반드시 추진할 것”이라며 “단지 지금은 수가체계 및 건보 재정 개혁을 통해 지역의료와 필수의료를 강화해야 하는 시기이자 과거 정부에서 쉽게 하지 못한 일을 이뤄낼 기회”라고 덧붙였다.

(왼쪽 위에서 시계방향) 서영석 위원, 남인순 위원, 박희승 위원, 백혜련 위원, 김미애 위원, 이수진 위원, 이개호 위원, 김남히 위원.
(왼쪽 위에서 시계방향) 서영석 위원, 남인순 위원, 박희승 위원, 백혜련 위원, 김미애 위원, 이수진 위원, 이개호 위원, 김남희 위원.

이 외에도 복지위 위원들은 건보 재정 관리의 다양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수진 위원(더불어민주당)은 현 정부의 건보 정책이 보장성은 축소하고 국민 부담은 가중시키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위원은 “건보 2차 종합계획에서 마치 국민의 과다한 의료이용이 팽배한 것처럼 과장하고 있는데, 효율적 관리라는 말을 앞세워 보장성 후퇴를 합리화하려는 것 아닌지 의문”이라며 “국민이 건보 보장을 받기 위해 납부한 피 같은 보험료의 보장성은 축소하고 민간보험 영역을 확대해 의료민영화의 흉막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개호 위원(더불어민주당)은 건보 적립금 운영 수익률을 언급했다.

이 위원은 “건보 적립금 운영 수익률은 5%이고 장기요양보험은 4.21%인데, 이는 국민연금 13.59%와 공무원연금 11.05%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치”라며 “운영기준을 상향하고 건보공단 직원들의 성과주의 보수체계를 도입해 투자를 다각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건강보험 국고지원 미흡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남희 위원(더불어민주당)은 “법에 따라 국가는 일반회계와 건강증진기금으로 매년 보험료 예상수입의 20%, 장기요양보험료 예상수입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원하게 돼 있음에도 매년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보험료 수입만으로 건보 재정수지 균형을 맞출 수 없다면 국고 지원이 확실히 이뤄져야 한다”고 직언했다.

이와 관련 정 이사장은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와 논의해 좀 더 확실하게 재원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현재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다제약물 관리 사업과 관련해 약국 중심의 지자체 모델의 경우 실효성이 떨어지는 만큼 병원 모델을 우선해서 활성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한 정 이사장이다.

전진숙 위원(더불어민주당)은 “다제약물 관리 사업에 참여한 사람들 중에서 실제 다제약물 복용자는 0.47%에 불과하다”며 “지역사회 모형 운영을 위해 건보공단 인력, 전국에 위촉된 자문 약사가 662명이지만 인력도 부족하고 자문 약사가 활동하는 것도 절반밖에 안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 위원은 “도봉구와 강북구가 자체 예산을 통해 지역사회 의·약사 협업 모형을 시범 운영하고 있는데 굉장히 잘 되고 있으니 전국적 확대와 정식 수가가 필요하다”고 부언했다.

그러나 정 이사장은 “관심을 갖고 계속 지켜보고 있는데, 현장에서는 약사가 컨설팅을 해줘도 결국 의사가 처방을 줄여야 하는 문제가 있기에 약국 중심으로 이뤄지는 사업에 대한 실효성이 좀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며 “직접 병원에서 하는 병원 모델부터 우선 확대하고 현실화시켜 제대로 된 사업이 된다면 충분히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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